스태프 B의 이야기

영상인은 어딜 가도 지옥인 #이게_사회생활이라면 | 스태프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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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영상 연출을 하고 있습니다. 감독 경력을 쌓고 다니던 회사를 나와 새로 취직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경력직으로 들어와 그래도 나쁘지 않은 월급, 대우를 받고 있지만, 신입으로 들어온 한 친구는 4개월 동안 주말을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화가 날 지경입니다. 그런 친구에게 대표는 작은 실수로 인해 벌어진 사태의 책임을 문책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프로덕션에서 인턴 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80만 원 월급을 받으면서 매일 저녁 식대는 개인이 냈고 일주일에 2~3번 타야 했던 택시 경비도 대부분 받지 못했습니다. 편집 일정을 맞추려 회사에서 잠을 잤습니다. 하지만 추가 수당은 당연히 없었고요.

3일을 밤새 편집했던 친구에게 다음 날 아침 지각했다는 이유로 화를 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게다가 인턴 네 명을 뽑아놓고는 그 중 한 명만 정규직으로 채용했습니다. 저는 정규직 채용은 부담스러웠는지 한 달 더 인턴 생활을 할 것을 권유받았었습니다. 그 프로덕션은 돈을 좀 벌었는지 지금은 한남동 큰 사무실로 옮겼더군요.

영상 업계는 어딜 가도 지옥입니다. 제가 가장 늦게 받은 인건비는 일한 날로부터 무려 7개월이나 지난 뒤였습니다. 그동안 회사를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지내던 저는 생활고에 시달렸고요. 지금도 취직은 했지만 매일 밤새 야근하면서 최저 임금 정도의 월급을 받는 친구들과 같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대학 때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꿈을 키우던 전문 인력들은 열정페이에 지쳐 다른 길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저도 요즘엔 생전 관심도 없었던 창업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어디에도 길이 없습니다. 이 사회가 너무 싫습니다. 제 사연이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이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직시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고 이한빛 씨의 명복을 빕니다. 상식이 통하는 영상 업계 되도록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은 혼술남녀 고 이한빛 씨를 추모하며 익명의 스태프 B 님이 기고하신 글입니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 고 이한빛 씨는 지난해 10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이 사회는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폭력적인 조직문화를 ‘관행’으로 ‘상식적’인 것으로 이야기합니다. 그 ‘상식'에 반기를 들고 싶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게_사회생활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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