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페이스 후원하기

Terry Taewoong Um 님의 이야기

이게 사회생활이라면 나는 이 사회가 싫다 | Terry Taewoong Um 님의 이야기

image

내가 회사생활을 하며 느꼈던 점 중 하나는 '상사의 무대포 열일은 부하직원을 괴롭게 한다'라는 것이었다. 분명 '혼술남녀' 팀에도 이 일이 너무 재밌어서, 이 일이 자신의 사명과도 같아서 열정을 불태웠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문제는 열정에 불타는 상사가 부하들마저 자기처럼 움직이길 강요할 때 발생한다.

'다들 힘들어'

그걸 알면 다들 안 힘들게 만들어 봐라

'이것만 잘 하면 우린 대박날 수 있어'

너가 대박 나는 거겠지. 난 아니야.

'너만 생각해?'

남을 생각 안 하는 건 너야. 너가 모두를 죽이고 있어.

세상엔 부하직원들에게 동기부여도 할 줄 모르면서, 리더십이 뭔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나도 힘들고, 나도 참고 있다'로 모든걸 퉁치려는 괴로운 상사들이 있다. 앞을 바라보며 뛰어가는 사람보다 더 힘든 사람들은 당신 엉덩이만 쳐다보며 쫓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앞을 구경도 시켜주지 않으려거든, 제발 좀 지킬 것 좀 지켜라.

나도 회사에서 무지 고생했었다. 용인에서 저녁 8시 20분 셔틀을 타고 집에오면 밤 10시쯤 도착 가능했는데 그 셔틀을 타본 적이 많지 않다. 늘 아침 6시에 일어나 밤 12시가 되어 집에 오는 생활이었고, 주말 중 하루 이상은 늘 출근하여 어떨 땐 내가 토요일에 약속을 잡았다는 이유로 혼나기까지 할 정도였다. 평일 저녁 약속은 당연히 말도 안되고...

이 모든 게 상사의 욕심이었다. 자신을 증명해 보이려고 했고, 그 욕심에 너무 많은 일을 지워주며 부하직원들을 늘 '일을 기한 내에 못하는 죄인'으로 만들었다. 일을 할 때도 의견은 철저히 무시한 채 늘 본인의 수족으로 움직여주길 바랐는데, 그럴 거면 나를 왜 뽑았나 싶었다.

'나를 뽑아 놓고 매일 슬라이드만 만들게 하다니... 나를 이렇게 활용을 못하나...?'

의욕도 꺾고, 날개도 꺾고, 노동 착취에 몸은 녹아나고, 눈치 보일까 야근 수당 신청도 못하고 야근을 하고, 점심에 밥은 대충먹고 낮잠 자기 바쁘고, 반복되는 일상에 탈출구는 안보이고... 나보고 '그래도 열심히 일한 덕에 선임 달았잖아'라고 위로를 해주는데 나에겐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었다. 난 그게 중요한게 아닌데...

그렇게 나는 2년 반만에 회사를 떠났고, '전문연구요원은 뽑아놓으면 도망간다' 욕도 듣고, '남은 사람들 고생할거 뻔히 알면서 떠난다' 욕도 듣고, '로봇계 좁다. 다시 만날꺼다'라는 반협박도 듣고, 그러면서도 그곳을 떠났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 그 회사를 다닌 거고, 그 회사를 떠난 거다.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회사생활의 구태들을 배웠었다...

<편집자 주>

이 글은 혼술남녀 고 이한빛 씨를 추모하며 태웅님이 기고하신 글입니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 고 이한빛 (Han Bit Syd Lee) 씨는 지난해 10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이 사회는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폭력적인 조직문화를 ‘관행’으로 ‘상식적’인 것으로 이야기합니다. 그 ‘상식'에 반기를 들고 싶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 비상식적인 노동과 조직문화에 대해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해시태그 #이게_사회생활이라면 을 달고 전체공개로 글을 써주시면 닷페이스에서 릴레이로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게시물 바로가기